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달의 내부를 바꿨다? 근·원면 비대칭의 결정적 단서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달의 내부를 바꿨다? 근·원면 비대칭의 결정적 단서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달의 내부를 바꿨다? 근·원면 비대칭의 결정적 단서

달의 근면과 원면이 서로 다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과학적 해석

달은 인류 문명과 가장 오래 함께해 온 천체입니다. 수천 년 동안 달은 신화와 달력, 항해와 농경의 기준이 되어 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우주 과학 연구의 핵심 대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달조차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학적 수수께끼를 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질문은 **“왜 달의 근면과 원면은 이렇게까지 다르게 생겼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지구에서 늘 바라볼 수 있는 달의 근면에는 검은 얼룩처럼 보이는 넓은 평원이 분포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달의 바다’라고 불리며, 과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 지대입니다. 반면, 달의 원면은 대부분 밝고 험준한 고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두운 바다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존재합니다. 이 극단적인 차이는 단순한 우연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오랜 기간 동안 천문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달 표면의 비대칭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과거에는 달의 근면과 원면 차이가 단순히 지각 두께의 차이이거나, 지구의 중력 영향 때문이라는 가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화산 활동의 분포, 내부 조성의 차이, 휘발성 물질의 불균형까지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보다 근본적인 사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있는 구조가 바로 남극-에이킨 분지입니다. 이 분지는 달 남극 부근에서 시작해 원면까지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거대한 충돌 흔적으로, 태양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크기를 자랑합니다. 지름은 약 2,500km에 달하며, 형성 시기는 약 42~43억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달이 형성된 직후, 태양계가 아직 매우 불안정하던 시기와 겹칩니다.


창어 6호가 가져온 과학적 전환점

2024년 6월, 중국의 창어 6호는 인류 최초로 달 원면에서 토양과 암석을 직접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착륙 지점은 남극-에이킨 분지 내부의 아폴로 분화구로,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탐내던 지역이었습니다. 이 샘플은 단순한 표면 물질이 아니라, 달 내부의 역사와 환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물입니다.

연구진은 이 암석이 현무암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현무암은 과거 마그마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면 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핵심이 된 것은 칼륨 동위원소 비율이었습니다.


동위원소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이지만 질량이 다른 형태를 말합니다. 칼륨의 경우 칼륨-39와 칼륨-41이 대표적이며, 두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은 거의 같지만 물리적 거동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는 가벼운 동위원소가 더 쉽게 증발하거나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어 6호가 가져온 달 원면 현무암에서는 무거운 칼륨-41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거 아폴로 미션을 통해 수집된 근면 암석이나 달 운석과는 분명히 다른 특징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적 편차라기보다는, 달 전체에 영향을 준 거대한 사건의 흔적으로 해석됩니다.


다른 가능성들이 배제된 이유

연구진은 이 특이한 동위원소 비율이 우주 방사선 노출, 마그마 분화 과정, 혹은 운석 오염 때문일 가능성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우주 방사선은 동위원소 비율을 이 정도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마그마의 냉각이나 분출 과정 역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운석 오염 역시 관측된 패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검토 끝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남은 것은 남극-에이킨 분지를 형성한 초거대 소행성 충돌이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 달 내부를 바꾼 과정

이 충돌은 단순히 달 표면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든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충돌 당시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는 달의 지각과 맨틀을 극도로 가열했고, 그 결과 물과 칼륨 같은 휘발성 원소들이 대량으로 증발해 우주로 사라졌습니다. 특히 가벼운 칼륨-39는 무거운 칼륨-41보다 더 쉽게 날아가면서, 남은 암석에는 칼륨-41의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이 현상은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달 원면 맨틀의 낮은 수분 함량과도 일치합니다. 즉, 이 충돌은 달의 내부 조성 자체를 바꾸어 놓았고, 그 영향은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입니다.


달의 원면에 바다가 적은 진짜 이유

휘발성 원소가 줄어들면 마그마 생성이 어려워집니다. 마그마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대규모 화산 활동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왜 달의 원면에는 어두운 바다가 거의 형성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반대로 휘발성 물질이 상대적으로 풍부했던 근면에서는 활발한 화산 활동이 가능했고, 넓은 현무암 평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달의 근면과 원면 차이는 단순한 외형 문제가 아니라, 초기 태양계에서 발생한 단 한 번의 거대한 충돌이 남긴 장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위원소 연구가 여는 새로운 달 탐사의 방향

이번 연구는 작은 화학적 차이가 어떻게 천체의 역사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동위원소 분석은 과거의 온도, 압력, 물질 이동을 추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며, 앞으로 달뿐 아니라 화성, 소행성, 위성 연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달은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가까운 우주 실험실입니다. 창어 6호의 성과는 달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달의 운명과 모습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는 달이 단순한 위성이 아니라, 태양계 초기 역사를 기록한 중요한 증거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줄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대기전력 차단 효과

겨울밤 두 우주의 개 (Sirius, Procyon, 고대 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