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왜성은 왜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어려운가

 

적색왜성은 왜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어려운가
적색왜성은 왜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어려운가


우주에서 가장 흔한 별인 적색왜성은 수많은 외계행성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본 글은 광합성, 대산소화 사건, 적색왜성의 에너지 특성, 그리고 최신 천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왜 적색왜성 주변 행성에서 지구와 같은 고등 생명체가 등장하기 어려운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복잡한 생명체의 출발점, 산소

지구 생명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는 약 23억 년 전 발생한 ‘대산소화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입니다. 광합성을 수행하던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부산물로 방출하면서 대기 중 자유 산소 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결국 고에너지 대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산소는 단순히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체가 아니라, 복잡한 다세포 생명체가 등장하기 위한 에너지 혁명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이후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통해 다양한 동물 생명이 급격히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충분한 산소 공급 덕분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지구에서는 비교적 잘 이해되어 있지만, 다른 항성계를 도는 행성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별, 적색왜성

적색왜성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항성 유형으로, 전체 별의 약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별들은 질량이 작고 표면 온도가 낮으며, 태양보다 훨씬 어둡고 붉은 빛을 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적색왜성이 암석형 행성을 매우 자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적색왜성 주변에서 지구 크기와 유사한 행성이 다수 발견되었고, 일부는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거주 가능 영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생명체, 특히 복잡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광합성의 에너지 문제

복잡한 생명체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 조건은 산소 발생 광합성입니다. 이는 400~700nm 범위의 빛, 즉 ‘광합성 활성 복사(PAR)’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가능합니다.

문제는 적색왜성이 방출하는 에너지 대부분이 이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입니다. 적색왜성은 가시광선보다 적외선 영역에서 더 많은 빛을 방출하며, 이는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에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적색왜성 주변의 지구 유사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지구가 받는 광합성 에너지의 약 1% 수준만을 받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시간의 벽, 대산소화 사건은 가능한가

지구에서는 산소 발생 광합성이 시작된 이후 대기 중 산소가 충분히 축적되기까지 약 25억 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을 동일한 비율로 적색왜성 행성에 적용하면, 대산소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약 630억 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현재 우주의 나이(약 138억 년)를 훨씬 초과하는 시간입니다. 즉,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우주가 존재하는 시간 안에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은 광합성 효율 증가, 파장 범위 확장 등의 변수를 고려해도 최소 수십억 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산소 광합성의 지배 가능성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비산소 광합성’입니다. 일부 미생물은 산소를 생성하지 않으면서도 훨씬 약한 빛, 심지어 근적외선 영역까지 활용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명체는 에너지 경쟁에서 산소 광합성 생명체보다 훨씬 유리하며, 실제로 지구에서도 산소 광합성 이전에 먼저 등장했습니다.

적색왜성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산소 광합성 생명체가 생태계를 독점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색왜성 행성과 생명의 한계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적색왜성 주변 행성에서는 단순한 미생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지구와 같은 복잡한 동물 생명이 등장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항성 플레어나 대기 손실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별 자체가 제공하는 에너지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충분한 빛이 없다면, 산소도 없고, 산소가 없다면 고에너지 대사와 복잡한 생명체도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미래 연구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광합성이나 생명 메커니즘이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물리학과 생물학 지식에 따르면, 적색왜성은 ‘생명이 전혀 없는 별’이기보다는 ‘단순한 생명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은 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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